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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선의 노보더를 읽고-우리는 똑같아!

샤마임 2013.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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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똑같아. 우린 노보더

장은선 / 뜨인돌

 


사랑의 썰물이란 노래가 있다. 임지훈이 부른 이 노래는 수많은 연인들의 마음을 울렸다. 가사가 구구절절하다. 마음을 짠하게 울린 가사가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혼자 외로울 수밖에 없어. 어느새 사랑 썰물이 되어 너무도 멀리 떠나갔네.’ 어릴 적 바닷가에 살았던 나는 썰물이 일러준 삶의 고독을 진즉 체득했다. 그러나 가사처럼 썰물이 불친절한 슬픔만은 아니다. 조금 후면 다시 밀려올 밀물을 알기 때문이다. 밀물이 오기 전 우린 모든 일을 마쳐야 했다. 개펄에서 한참을 놀다보면 어느새 밀물이 스멀스멀 기어 들어온다. 우린 직감적으로 이곳을 떠나한다는 것을 안다. 잠시라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미련을 두면 순식간에 바다 속에 빠져 들어간다. 기나긴 세월 바다는 그렇게 밀물과 썰물의 조화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왔다.


                         



 

노보더 No Border 굳이 해석하자면 ‘국경이 없는’이다. 국경, 즉 경계(境界)는 인간의 총체적 욕망의 표출이다. ‘다름’을 인정할 수 없어 ‘틀림’으로 규정하고, ‘공유(公有)’할 수 없어 ‘사유(私有)’하고, ‘협력(協力)’하지 않고 ‘경쟁(競爭)’하려는 꼼수다. 경계란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넘어야하지 않을까. 누군가의 말처럼 선(경계)은 넘으라고 있는 것이다. 노보더. 참 아름다운 제목이다. 편견으로 좁아진 시야를 가진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일상의 무료함에 지쳐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은 이에게도 역시 추천한다. 온 인류를 자신의 친구로 동역자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 최고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도망친 곳에서 삶은 계속된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독서란 이런 맛에 하는 거다. 피처럼 붉은 선을 문장 아래 그었다. 삶은 도피하고 찾아감의 연속이다. 썰물과 밀물이 이어지는 바다처럼. 중학교 때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 빠져 미친 십대를 보내고, 대학도 일본어과를 선택하고 결국 일본으로 떠난다. 심심해서 빌려본 로봇 애니메이션. 처음 에반게리온을 본 ‘그 순간이 내 삶을 영원히 바꾸어 버렸다.’(72) 그렇다! 운명적 만남은 이렇게 작은 우연에서 시작된다. 일본으로 건너가 JAM Project에 취직하여 꿈이 현실이 된다. 그러다 일본 대지진. 며칠간의 갈등 끝에 도망치듯 일본을 떠나 세계여행을 시작한다. 떠남으로 만남을 시작한다.

 

베트남 하노이, 태국 방콕, 중국 징홍과 리지앙, 네팔 포칼라, 인도 바라나시와 델리, 두바이, 터키 이스탄불, 그리스 아테네, 이집트 카이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랑아, 나미비아 문데사, 짐바브웨 빅폴, 브라질 상파울루. 13개 나라와 15개 도시다. 저자는 국경과 문화를 넘어 자기를 찾아 간다. 여행을 계속하면서 저자는 이율배반적인 자신에게 실망하고 회복하기를 계속 한다. 그러면서 자기를 점점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나라가 다르고, 핏줄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고, 가족이 다르고, 교육 받은 가치관이 다른 우리 모든 개인들은 필연적으로 서로를 거꾸러뜨리려는 숙명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른다. 세계는 지금도 불타고 있다.”(182)

 

처음으로 맞닥뜨린 건 다름을 통해 보인 ‘나’다. 알면 사랑한다 하지 않았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알려하지 않았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미워한다. 이해하지 못해 오해하고, 오해하기 때문에 더욱 이해하지 못한다. 나를 떠나야 한다. 그 때야 나를 본다. 저자는 세계를 여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들은 친구가 되어 ‘더 이상 낯설고 두려운’(24)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을 통해 자신을 보고, 자신을 찾아간다. 그래서 만남이 기다려지고 ‘내일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기다려’진다.(24)

 

유난히 기억이 남는 사람 또는 만남이 있다. 네팔에서 만난 갸넨드라는 가이드다. 급한 마음에 빠르게 걷는 저자에게 그가 말한다. 그렇게 달려가면 죽는다고. “추운 고지대에서 빨리 걸으면 네가 뱉어 내는 숨이 그대로 응결되어서 숨구멍을 막을 거라고. 그래서 천천히 걸어야만 돼.”(85)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여행은 천천히 해야 제 맛이다. 그래야 깊이 알고, 많이 생각하고, 넓게 본다.

 

난징에서 온 타란과 나눈 대화는 여행의 진실함과 솔직함을 일러 준다. 일본과 일본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국가라는 집단 편견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만나야 한다는 것. 저자는 이렇게 되뇐다.

“여행을 떠난 뒤 매번 느꼈던, 나의 상식이 ‘상식’일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곱씹었다. ..... 우리들은 같은 인간이면서도 전혀 다른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싶기에, 이 세상의 진실을 붙잡고 싶기에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발을 디딘 국가의 모순과 사회의 가르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바라나시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101)

 

다시 재회했다. 꿈이 현실이 되던 일본에서의 삶. 그러나 만족하지 못하고 썰물처럼 떠난 여행. 브라질에서 다시 만나 꿈의 사람들. 함께 일했던 사장님과 대화에서 저자는 그동안의 여행을 정리하고 마무리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236) 진정한 노보더NOBORDER가 되기 위해서는 ‘나’와 ‘너’가 똑같은 사람임을 아는 것이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통해 함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인류가 하나 될 그날까지. 여행은 계속되어야한다. 세상은 노보더NOBORDER니까.

 


저자가 여행한 나라를 찾아 점을 찍고 선을 연결해 보았다. 멀고 먼 여행 길이지만 지구를 움켜 잡는 듯하다.


노 보더 No Border - 10점
장은선 지음/세상의모든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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