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의 미래에서 온 편지

현경의 미래에서 온 편지

오늘 매우 특이한 한 여성을 소개할까 한다. 이름은 현경. 진보신학의 명문?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에서 최초의 종신교수직을 맡고 있다. 설명이 아닌 보여주는 여성 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특이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991년 WCC 제7차 세계대회에서 주제 강연자로 나서 '초혼제'를 지내며 한국적 신학을 보여주었다.

 

보수 신학을 전공한 필자로서 그녀의 이야기는 20년이 훌쩍 넘은 이 시간에도 여전 빠뜨리지 않고 언급된다. 즉 WCC는 기독교 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유독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찾아낸 멋진 예이다. 그녀의 초혼제로 인해 한국교회는 20년의 세월 동안 극단을 오가는 토론과 논쟁이 이어졌다. 얼마 전 부산에서 개최된 WCC에서는 소수의 보수주의자들이 몰려가 데모를 하는 일이 난 것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이력을 조금만 더 보자. 이화여대 기독학과, 동대학원, 캘리포이나 클레이몬트 목회학 석사, 보스턴 여성신학센터를 거쳐 진보 신학의 선봉인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후 1989년 7년 동안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 1993-1994년 하버드대 '종교와 여성' 분야 초빙교수, 1996년에는 유니언 신학대의 종순교수로 부임한다.

 

그녀가 추구하는 신학은 기독교적 신학이 아니다. '종교'란 이름을 붙여야 옳다. 1999년 불교명상을 배우며 히말라야의 수도원에서 살았고, 2006년부터 13개월간 이슬람 17개국에서 200여명의 이슬람 여성과 평화운동가들을 인터뷰했으며, 2008년 숭상 대선사의 전통의 미국 관음선원에서 불교법사 자격을 받는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가장 현대적 양상을 보여주는 여성 신학자이다. 특히 그녀는 종교간의 대화를 넘어 여성은 곧 고난 받는 개인으로서의 성경해석을 이끌어 낸다. 서구 중심과 남성 중심의 전통적 성경 해석을 넘어 도발적인 성경 해석을 시도 한다. 이러한 시도가 1991년 WCC에서 올린 초혼제의 의미다. 이번에 출간되는 [미래에서 온 편지]는 ‘내 안의 여신을 발견하는 10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불교와 힌두니즘의 냄새가 짙다. 이것으로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시리즈 3부작은 마치게 된다.

 

보수신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상당히 부담되고 황당한 신학적 전개가 어색하고 불편하다. 혼합주의에 빠져 어지러움을 더한다. 수개월 전, 엘리자베스 존스의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를 읽고 위험하지만 풍성한 하나님의 이해를 보았다. 나도 궁금하다. 왜 성경은 하나님을 ‘아버지’로 계시했는가이다. 이에 못마땅한 엘리자베스 존슨은 하나님을 ‘어머니’로 보자고 제안한다. 위로하고 격려하고 안아주는 엄마의 이미지를 하나님께 부여한 것이다. 현경의 페미니스트 신학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하나님을 접근해야 한다.

 

해석이나 공감이 아닌 비판으로 일색하는 보수주의 신학자들이 아쉽다. 모치 사랑이란 단어를 불륜 모텔에게 빼앗겨버린 현시대처럼, 하나님의 풍성한 은유를 ‘아버지’라는 협소한 의미에서만 찾으려한다. 아버지 안에는 무섭고 잔인한 이미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자한 아버지, 눈물 흘리는 아버지, 불쌍히 여기는 아버지도 있다. 유교적 관습에 사유의 화석화(化石化)를 감지하지 못한 체 진부하 해석에 머물고 있지는 않는지 각성해야 한다. 시대를 품으려면 그들의 언어와 사유 방식으로 소통(疏通)해야 한다. 

서구적 남성적신학에 몰차게 저항했던 독기가 많이 유순해 졌다. 여성을 머리로 삼아야 한다면 남성은 여성에게 종속된다. 백성의 억압을 반전시켜 흑인 다스린다면 역시 누군가는 억압 당하게 된다. 

- 서문

- 프롤로그: 자매애는 강하다

1.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2. 여신은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한다.

3. 여신은 기, 끼, 깡이 넘친다.

4. 여신은 한과 살을 푼다.

5. 여신은 금기를 깬다.

6. 여신은 신나게 논다.

7. 여신은 제멋대로 산다.

8. 여신은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한다.

9. 여신은 기도하고 명상한다.

10. 여신은 지구, 그리고 우주와 연애한다.

- 살림이스트 선언문

- 제니퍼 베레잔의 명상음악 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