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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 / 하승우

샤마임 2017. 3. 9.


상호부조론

하승우 / 그린비




상호 보조론은 말 그대로 서로 돕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이다. 경쟁의 목적은 타인을 소유를 빼앗으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 이곳에 선의 경쟁에 존재한다고 우기는 것은 어설픈 추론에 불과하다. 이 책은 아나키즘 사상에 입각해 상호부조론을 주창한 크로포트킨의 생애와 사상을 함께 다룬다. 그는 무질서, 무정부가 아니라 억압적인 질서에서의 해방이야말로 아나키즘이 추구하는 바라고 말한다. 


먼저 아나키즘부터 알아보자. 아나키즘의 기원은 1793년 영국의 작가 윌리엄 고드윈에게서 시작한다. 그는 <정치적 정의와 그것이 보편적 미덕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고찰>이란 곳에서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 혁명을 비판한 에드먼드 버크의 주장에 대해,


"자유와 정의의 진정한 정치제도를 통해 이익을 독차지하는 계급들이며, 더 나아기 타락한 정치야말로 인류의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주장했다."


고드윈은 권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아나키즘은 권력이 어떤 곳으로 모아지는 것, 뭉쳐지는 것을 거부한다. 인간의 평등은 조직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 사회주의다. 헤겔의 변증법적 철학에 근거한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는 프로크루스테의 침대를 거부한다. 자본주의 후에 운명이란 것도 거부한다. 더 나아가 조직이나 당이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거부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아나키즘은 사회주의와 완전히 다른 무엇이다. 


크로포트킨의 역사관은 촌락공동체로의 회귀를 희망하는 부분에서 뚜렷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씨족의 단계를 지나 역사 시기로 말하는 제국(고대 이집트, 로마 등) 오면서 인류는 격렬한 분쟁에 빠져든다. 역사가들은 이것을 과거의 결속이 무너지고 씨족 간, 개인 간 분쟁이 심화된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크로포트킨은 부정한다. 역사란 '예외적인 전쟁상태만을 기록했지 평화롭게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던 대중의 삶에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말한다.(69쪽) 일리 있는 주장이다. 역사는 평범한 일상이 아닌 역사의 변곡점이나 큰 사건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주목을 끌었던 부분은 종교개혁을 상호부조론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다. 절대왕정과 중앙 집중에 대항했던 길드 등의 연합체와 종교개혁은 가톨릭의 부조리에 대항한 상호부조였다는 것이다. 


"근대에 들어와 상호부조와 상호 지원을 바탕으로 사회를 재건하려는 시도는 종교개혁을 통해 이뤄졌다. 종교개혁은 가톨릭 교단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만이 아니라 형제애로 뭉친 공동체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했던 것이다."(82쪽)


당시 상황에서 보면 종교개혁은 단순한 교리 개혁이 아니었다. 그것은 뿔뿔이 흩어진 각 개인이 공동체로 모인 위대한 사건이다. 영국의 청교도 혁명이 일종의 시민혁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크로포트킨의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을 지닌다. 


중세의 길드 정신이 종교개혁으로, 근대에서는 노동자 연합 운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친목단체와 협동조합 역시 길드의 한 형태로 본다. 현대교육에서 대안교육으로까지 이어지는 아나키즘의 역사를 통해 현대교육의 의미를 다시 살필 수 있다.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도 역시 아나키즘의 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동체와 개인의 자유라는 명분 속에서 이루어지는 촛불집회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한국의 아나키즘 역사에서 묵자 사상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오로지 백성의 입장에 서있는 정신을 엿본다. 묵자의 핵심 개념인 겸애는 모든 인간을 차별 없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필자도 6년 전, 중국 사상에 흠취하여 논어, 맹자, 순자, 장자, 노자의 책과 묵자 사상을 접하면서 많은 유익을 얻었다. 그중에서 묵자는 가히 탁월한 사상가라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그의 겸애사상은 성경의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핵심 교리와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하늘은 대국이 소국을 공격하고, 강자가 약자를 겁탈하고, 다수가 소수를 누르고, 지혜 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고, 귀한 자가 천한 자를 업신여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힘이 있으면 서로 보호해주고, 도가 있으면 서로 가르치고 인도하며, 재물이 있으면 서로 나누어 주기를 바라신다. - 묵자, [천지편天志篇] 가운데


기독교인이라면 논어나 맹자보다 묵자를 읽어 보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또한  유덕화, 판빙빙, 안성기 주연의 묵공은 묵자 사상을 잘 그려낸 영화다. 단순한 변두리 사상으로만 알고 읽어 나간 책이 시대와 역사, 사상과 경제까지 아우르는 탁월함을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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