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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되는 한국교회

샤마임 201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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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경매되는 한국교회

 

제자교회 경매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수백억의 빚과 이자를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 분란으로 인해 이자만 갚기에도 버거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교회 경매 이야기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제자교회의 경우는 교회분란이라는 특이한 이유 때문이라지만 많은 교회가 경매에 붙여진 이유는 무리한 건축 때문이다. 목회자들이 무리한 건축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건축 후 성장할 것이라는 선배 목사들의 충고 때문이다. 실제로 7-90년대 중반까지는 교회 건축과 성장은 정비례 관계였던 것이 사실이다. 20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가 무리하게 빚을 내어 1000여명이 동시 입당이 가능한 크기로 건축한다. 건축 후 800여명이 공석이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1-2년 후에 빈 공간이 거의 차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은 후배 목사들에게 자랑거리요 간증 아닌 간증이 되었다. 그러니 후배목사들에게 권할 만도 하다.

 

그러나 97IMF이후 한국 교회는 곤욕스러운 상황에 빠진다. 물가가 폭발적으로 치솟은 것이다. 지난날 10억이면 될 건물이 4배에서 많게는 10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러다보니 교인들이 집을 저당 잡히고 대출 받고, 통장을 깨서 헌금을 한다한들 블랙홀처럼 빨아먹는 바람에 이자에 이자가 붙어 빚은 더욱 늘어난다. 건물을 다 지으면 끝이 아니다. 건물 안 인테리어와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장비들은 건축비에 못지않다. 특히 교회의 경우는 음향이 수억에서 수십억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부산의 S교회의 경우 음향설비를 위해 40억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는 풍문이 있을 정도다. 건축을 미리 준비하고 저축한 교회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준비 없이 건축을 시작한다. 건축을 정체의 돌파구로 사용하거나, 담임목사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큰 건물이 곧 큰 목회라는 무언의 공식이 자리 잡은 것은 한국의 근대화 이후 대형화되는 교회 건물이 증명해 준다.

 

재정이 넉넉지 않는 교회는 먼저 재정을 확보할만한 여건이나 조건들을 살피지 않고 덜컥 시공사와 계약부터 체결한다. 공사를 시작하면 마무리하는 것 순전히 '하나님'이다. 하나님이 채워 주실 것이니 믿음으로 시작하면 될 일이다. 일부 중직자들은 자신의 집을 담보로 계약금을 대출 받는다. 그렇게 건축이 시작되면,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며 건축비를 늘리는데 집중한다. 설교와 모든 모임에서도 헌금을 강요하게 된다. 이러한 압박이 시작되면 건축 헌금을 작정하고 내는 교인들과 그렇지 않는 교인으로 구분이 되고 분리 된다. 헌금을 내지 않는 교인은 의식 중이든 무의식중이든 죄인이 되어 고개를 들지 못하거나 발언권을 상실한다. 건축 과정 속에서 많게는 30%의 교인들이 빠져 나가는 것이 관례다. 나머지 교인들은 뼈 빠지게 헌금하여 드디어 건축을 완공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새 건물은 이전 건물에 비해 건축 운영비가 수십 배가 든다. 작은 건물에서 헌금이 200만원 나오든 교회는 수천만 원이 되고, 경비까지 들이게 되면 운영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기존의 교인 상당수가 나가 헌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고, 대출 이자와 건물 운영비가 증폭되면서 기존의 교인들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결국 교회는 경매로 넘어가게 되고, 교인들의 저당 잡힌 집들도 덩달아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축 후에도 예전처럼 교인들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집사는 백여 명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의 재정을 맡았다. 담임목사는 '교회 건축은 믿음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하나님께서 다 갚아 주실 것이라고 늘 설교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재정은 쉽게 수급되지 않았다. 건축 도중 적지 않는 교인들이 빠져 나갔고, 재정 맡은 자로서 부담이 되었다. 재정에 대해 민감해지면서 다른 집사들이 공금을 횡령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집사는 더 이상 부담과 의혹을 감당할 수 없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교회를 나오고 말았다. 그 후에도 대출한 빚을 갚기 위해 수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개교회주의와 성장주의에 함몰된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이웃을 돌보고, 사회적 대안으로서의 교회가 아닌 암세포처럼 자기만을 증식해 가는 한국교회는 더 이상 자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성장을 꿈꾸고 시작한 상당수의 교회가 건축 이후 분란이 일어나고 오히려 작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실례로 파주 와동동의 K교회의 경우 파주 신도시에 교회를 완공했지만 대출을 갚지 못해 결국 경매에 넘겨졌다.(자료출처) 빨리 경매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교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100에서 시작된 경매가 3차례나 유찰되어 현재는 35억까지 낮아졌다. 인터넷 상에서 '교회경매'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교회들이 경매의 대상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건축은 믿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논리를 무시하는 '억지 믿음의 논리'는 사라져야 한다. 교회는 건물이 아닌 사람을 세워야 하고, 다음 세대를 향한 치밀한 계획과 비전으로 움직여야 한다. 교회들이여 무리한 건축에 힘을 쏟지 말고 사람을 키우는데 사용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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