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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신간] 길 잃음과 길 찾음 / 유재혁

샤마임 2014. 3. 8.

복음이 길입니다

길 잃음과 길 찾음

유재혁

 

청년 때는 산을 좋아했다. 먼 산은 아니었다. 동네 바로 뒷산에서 시작하여 주변의 높은 산을 종종 올랐다. 500m고지도 안 되는 작은 산이라 등반(登攀)이할 수는 없고 산책정도였다. 그래도 쉽지 않았다. 길이 없기 때문이다. 길을 만들며 가야 했다. 그러나 내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산을 자주 타다보니 길이 없어도 어떤 곳을 지나야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 중 하나는 활엽수가 많은 곳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활엽수는 가시도 없고, 태양빛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남향에 위치한다. 다른 하나는 등선을 타는 것이다. 등선은 나무가 적도 길이 험하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렇지 않는 것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쉽게 오른다.

 

어느 날 길을 잃었다. 자주 가는 곳은 아니었지만 아주 모르는 곳도 아니었다. 함박눈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내렸다. 갑자기 내린 것이다. 눈 오는 날 산에 홀로 남겨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눈이 내려 산을 덮자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해가 보이지 않아 방향을 가늠할 수 없었다. 같은 자리를 돌고 또 돌았다. 한 시간 정도 흐르고 나니 겁 없는 나도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해서 산에서 조난(遭難)을 당하는가 싶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우뚝 섰다. 가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며 생각을 했다. 먼저 방향부터 잡아야 했다. 방향이 잡히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방향을 잡고 가다보면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만난다. 그러면 쉽게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활엽수가 많은 곳으로 내려가 나무를 살폈다. 찬찬히 살피니 방향이 보였다. 이번에는 좀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산의 지형을 살폈다. 방향이 확실해 졌다. 서쪽으로 방향을 20여분을 내려가니 길이 나왔다. 그 길은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라 눈에 덥혀도 어느 정도 방향은 잡을 수 있었다.

 

신앙생활을 하다 길을 잃는다. 하나님을 위하여, 그의 나라와 의를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 멋진 캐치플레이어를 외치며 시작한 신앙생활이지만 종종 길을 잃는다. 왜 길을 잃을까? 우상 때문이다. 가다가 다른 곳에 마음을 두고, 원래 가던 길에서 멀어진 것이다. 그럴 때는 다시 원래의 길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방향을 다시 잡고 처음 가려는 곳으로 목적지를 재설정해야 한다.

 

어떻게 그곳으로 돌아갈까? 길 잃은 나를 인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복음이다. 저자인 유재혁 목사는 신앙생활을 하다 길을 잃을 때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율법주의이라 샛길, 방주의란 낭떠러지에서 은혜의 복음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것 같은 두 종류의 삶이 사실은 하나님으로부터 도망가는 삶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는 모습을 살펴보자. 율법주의는 자신의 인간적인 의로움을 쌓아가는 가운데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고, 반면에 방임주의는 죄와 유혹을 따라 살아가는 가운데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삶을 보여준다.”(43)

 

멀어짐! 길을 잃은 것이다.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짐이 단지 두 가지만 있겠는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고,(99) 타인의 인기를 받고 싶어 멀어진다.(107) 사랑 받고 싶은 욕구 역시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돈과 자기성공 등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것들은 삶 속에 깊이 박혀있다. 필요하면서 우상이 된다. 자녀와 부모도 우상이 된다. 특히 우리 마음을 신앙에서 파선(破船)하게하는 죄책감도 우상숭배의 한 현상이다.

 

죄에 대한 진심어린 뉘우침과 회개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뉘우침만으로 끝나는 회개는 진정한 모습의 회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회개는 반드시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으로 이어져야 한다.”(150)

 

결국, 내가 문제다.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신이 되려했던 아담의 피가 내 안에도 흐른다. 복음은 신이 된 나를 버리고 주님께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방향을 재설정하고 원래의 길로 가야 한다. 우상은 헛된 환상과 속임수’(89). 쉼도 없고 기쁨도 없다. 조금씩 맛보는 기쁨과 행복은 갈증 때문에 마시는 바닷물이다. 주님만이 영원한 생수다. 우리는 스스로 살아가도록 지음 받지 않았다. 하나님 의존적 존재로 창조되었다.

 

복음 재발견해야 한다.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하나님 없이 살아갈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 어떤 것으로도 진정한 만족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귀로(歸路)의 여정에서 교회가 절대적임을 말한다. 즉 공동체가 필요하다. 아쉬움은 단 몇 페이지로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2부를 기대 한다. 하나님께 돌아가는 여정의 진짜 모습 말이다.

 

이런 점이 좋았다. 내 안에 숨겨진 은밀한 우상을 잘 지적해 주었다. 때론 섬뜩한 곳도 있고, 주님께 돌아감이 얼마나 귀한지 아는 은혜도 누렸다. 복음을 살아내려는 몸부림이 느껴져서 좋았다. 권력과 야합하여 살아가는 부당한 현실에서 복음만을 외치는 저자의 뜨거운 외침이 좋다.



길 잃음과 길 찾음 - 10점
유재혁 지음/TnD북스(티앤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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