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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장군, 그들은 정말 늑대였을까?

샤마임 201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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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장군

북한군 그들은 정말 늑대였을까?


아직도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겨울이 방학이 시작될 즈음 학교에서는 전교생에게 선물을 준답시고 영화를 상영해 주었다. 워낙 시골인지라 영화를 본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깡촌에 살았던 덕에 중학생이 되어서야 흑백 테리비가 동네에 들어왔다. 기껏해야 한 컷 한 컷 보여주며 성우가 대신 말하는 슬라이더가 전부였던 시대에 똘이장군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북한군이 모두 늑대였다는 것이다. 난 정말 북한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늑대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똘이장군의 의도는 분명하다. 멸공방첩이다. 북을 적으로 간주하고, 쳐부숴야할 '악의 축'이었다. 특히 늑대로 표현된 북한군은 혐오스럽고 우리를 괴롭히는 악당 중의 악당들이었다. 철이 들기 전까지 난 북한 군이 진짜 늑대인간인줄 알았다. 지금 초등학생들에게 물으면 '개무시' 당하니 절대 물어보지 말기를.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냥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는 그냥 끝이 아니었다. 어린 아이들의 뇌리속에 북군은 늑대들이 우글거리고 한 번 잡히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악마의 소굴쯤으로 생각했다. 얼마 전Lewis의 순례자의 귀향에서도 북쪽 괴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유물론자들이다. 어쩜 이리도 닮았단 말인가. 


늑대와 인간은 타협할 수 없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 절대타도의 대상일뿐이다. 포스터 구호를 보라. '와! 신난다. "똘이장군!! 힘내라 싸워라 부셔라 붉은 도당을" 기막힌 문구가 아닌가. 휴전한지 벌써 반세기가 넘었다. 그런데 전쟁의 기운은 그치지 않고 있고, 반탁찬탁의 격렬했던 대립과 분열의 시기가 다시 도래한 듯하다. 일본과 중국만 극우주의로 돌아선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극우주의의 기운에 점점 드세지고 있다. 염려스러운 일이다. 극우의 등장은 나머지 세력을 종북 좌파로 몰아 분열을 조장하고 나라의 안정을 이유로 척결의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오해 말기는 나는 극우에 더 가까우니. 다만 극우가 가진 위험성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이처럼 순수한 어린이 애니매이션이라고 해서 사상까지 순수하지는 않다. 정치적 선적 도구로 동심은 이용될 수 있으며, 어린 아이들은 아무런 비판적 숙고 없이 편견과 이데올로기에 왜곡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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