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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 이어령

샤마임 2013. 11. 24.

젊은이여 끊임 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라

젊음의 탄생 

 이어령 / 마로니에북스




한국의 지성으로 불린 이어령. 이어령 전 장관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등만 보고 자랐다고 한다. 아빠는 언제나 책상에 앉아 글을 썼기 때문이다. 한국의 근대화와 현대 사이를 잇는 지성의 가교였다. 집에 이어령 전집이 없는 집이 있을까. 필자에게도 이어령 전집이 먼지 묻어 서재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근래에 들어와 다시 끄집어내고 읽고 있다. 생각의 게으름 탓인지 간과하기 쉬운 수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문장이 되고 책이 되었다.

 

모든 것에서 그들의 언어를 찾아내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갔다. 길가에 흔해 빠진 가로수에게 삶의 의미를 묻고, 늘 찾아오는 어둠에게도 소리를 듣고자 귀를 쫑긋 세웠다. 심지어 거리에 뒹구는 낙엽에게서 존재의 미학을 찾고자 했다. 전집 중의 하나인 '시학과의 만남'이란 책에 이런 표현이 있다. "글이 쓰이지 않는 시각엔 병원으로 가시오... 선술집으로 가시오... 고아원으로 가시오... 거리로 나가시오." 현장을 잃어버린 글은 글이 아님을 진즉 깨달았던 것이다.

 

이어령 교수의 창의적 발상은 박학다식을 넘어 현상 너머로의 관념의 모험이다. 일상은 신비와 경이로 가득 차있다. 그러나 그것은 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허락되어 있다. 동일한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무료하고 진부한 삶에 함몰된 이들이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무한한 창의성을 발휘하며 새로움과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간다. 이어령 교수야 말로 청년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넘어 새로움의 세계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모험하기를 쉬지 않는다.



카니자 삼각형  the Kanizsa Triangle


"나는 것은 뜨는 것이 아니다. 방향 없이 뜨는 것은 추락한다."

"뜨면 추락한다, 날아라!"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C. S. Lewis는 축전된 고전을 디딤돌 삼아 뛰어 넘을 때 창의적이 된다고 말한다.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은 기존의 틀을 먼저 배워야하는 숙제를 한 다음이다. 어떻게 기존의 틀을 뛰어 넘을까. 한 가지 방법이면 족하다. 그것은 질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 알고 있는 모든 사물들에게 물음표를 달아보세요. 그러면 세상을 덮고 있는 먼지와 때가 벗겨지면서 낯설게 보일 것입니다."(48쪽) 질문의 힘이다. 의문을 파하고, 모호함을 명료하게 하는 힘이 질문에 있다. 질문하지 않고 창성을 발휘할 수 없다.

 

모두 아홉 단계를 설정했다.

1. 뜨고 날고

2. 묻고 느끼고

3. 헤매고 찾고

4. 나나에서 도도

5. 섞고 버무리고

6. 연필, 벌집

7. 따로따로, 서로서로

8. 앎에서 삶으로

9. 나의 별은 너의 별

 

아이폰의 시발점인 아이팟은 컴퓨전, 즉 섞는 것이다. 카메라와 전화와 섞고, 전화와 mp3플레이어를 섞고, 전화와 게임기를 섞는다. 한 가지씩 섞어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 질문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찾지 않으면 아무 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창의성은 노동이다. 사유의 노동, 발과 손의 노동이다.

 

좋다! 연필에 대해 생각해보자. 지금가지 연필은 '필기도구'였다. 이젠 '생각의 도구'로 변화 시켜보자. 무슨 말인가? 마치 '술상에 오른 청자가 더 이상 아무것도 담을 수 없는 물건으로 박물관 진열대에 오르면 사람들의 시선이 청자의 아름다운 몸과 그 빛깔 위에 멈추게 되는 것'과 같다. 연필을 필기도구가 아닌 '사고의 대상'으로 바꿀 때 수많은 질문이 탄생한다. 한 예로 연필(鉛筆)의 한자는 납의 붓이다. 과연 그런가. 우리가 알 듯 연필심은 카본, 즉 흑연이다. 그런데 왜 납이 등장하는가.

 

쉽고 즐거운 세상이다. 네이버 검색을 시도하니 이런 결과가 나온다.

"필기도구의 하나. 흑연과 점토의 혼합물을 구워 만든 가느다란 심을 속에 넣고, 겉은 나무로 둘러싸서 만든다. 1565년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백과사전으로 넘어가 보면 좀 더 많은 해설이 붙는다.

"연필은 약 2000년 전 그리스·로마 사람들이 둥근 납덩이로 노루가죽에 기호를 표시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4세기경에는 이탈리아에서 납과 주석을 섞은 심을 나무판에 끼워 사용하였으며, 1564년 영국에서 흑연이 발견되고 2년 뒤에 이것을 나뭇조각 사이에 끼워 쓰기 시작한 것이 흑연 연필의 시초이다."

이어령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1564년 영국 보로메일 지방의 거목 하나가 폭풍우로 뿌리가 뽑히는 바람에 뿌리에서 많은 양의 흑연을 발견한다. 그 지방 사람들은 이것을 납으로 잘못 알았다. 그 때 붙여진 납의 붓, 즉 연필이 생긴 것이다. 그들이 연필로 부르게 된 연유는 고대적 부터 납을 필기도구로 사용해 온 관습도 작용했다. 연필 하나에 이렇게 많은 사연이 있고, 과정이 있다. 다르기 보기를 시작하면 창의적 발상이 시작 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수많은 생각이 저저로 떠오른다. 저자의 탁월함과 집요함이 만들어낸 결과다. 젊음의 탄생이란 제목에 걸맞은 멋진 글이다. 상상력이 필요하고, 창의적 사고가 요구 된다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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